참 아름다운 프레임 하나를 구했다.

1980년대, 자전거의 황금시대는 우리나라에도 왔었다. 당시 선경그룹의 자전거사업부에서 보다 전문적인 자전거를 만들기위해 만든 브랜드가 가야스라고 한다. 삼천리자전거가 1960년대부터 자전거를 생산하였다지만 '레이싱 바이크'를 만든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80년대 후반 레스포 골드윈 크롬몰리 프레임이 나왔고,  90년대 초반 코렉스에서는 새턴이 나왔는데, 가야스는 80년대 초반부터 레이싱프레임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의 이유는 70년대 후반에 유행하던 디자인의 가야스 프레임이 발견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 후반 프레임을 생산한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따라서 80년대 초반 조금 뒤늦은 유행의 프레임을 만든것이 아닐까 상상해본 것 뿐,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가야스는 커스텀 프레임빌딩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가야스 자전거 공장에서 신체 치수 재어서 만든 자전거를 갖고 있다'는 분도 있을 뿐더러, 몇몇 극소수의 가야스프레임에는 커스텀의 흔적이 보인다.

부천에는 내가 참 좋아하는 가게가 하나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자전거에 입문할 때 두어 달 신세졌던 곳인데, 수 년 만에 찾아갔음에도 사장님이 나를 기억하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낡은 가게의 기름냄새가 언제나 정겹듯, 그런 기억으로 남을 가게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 프레임을 찾았다. 어떤 이가 사러왔는데 팔지 않으셨다고 한다. 나는 얼마 안되는 돈을 드리고 가져왔다. 사장님 말씀이 '땡큐'. 사장님, "Me too! -_-b"
프레임 이야기 이전엔 잠깐. 내 취향이 이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강 조립한 건담보다는 제대로 된 자쿠'를 고르는 타입이다. 궂이 빨강색이 아니더라도. (이건 만화광들 사이에서 통하는 농담이다. 사실 만화가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했다. 다른걸 더 많이 좋아해서 관두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가야스프레임은 완벽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잘 만들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기저항을 줄이려 케이블을 튜브 안에 감추고, 다운튜브와 시트스테이 공기와 정면으로 마주치는 튜브의 단면을 타원형으로 만들었다.
나는 기계쟁이가 아니지만 이 프레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눈에 선하다. 하이드로포밍이 꿈의 기술이었던 그 시절 바퀴의 굴곡에 맞추어 튜브를 찌그러트리고, 프레스로 눌러가며 타원형의 단면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공기저항을 줄이려던 그 노력. 완벽한 곡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 보다, 그 곡선을 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내겐 훨씬 중요하다.

튜빙의 곡선은 완벽하지만 시트튜브와 타이어 사이가 붕 뜬 프레임들, 번거로운 곡면을 생략하려 프레임 가운데를 뚝 꺾어놓은 프레임들, 이런 것을을 보면 그냥 웃는다. 거저 준대도 싫다. 완벽한 기술로 대강 만든 프레임보다는, 부족한 기술로 최선을 다한 흔적을 나는 사랑한다. 'GAYAS HANDMADE' 스티커와 태극기를 함께 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뜻이리라.

그깟 프레임 하나를 놓고 뭔 놈의 생각이 그리 많냐고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 @가 있다는 것은 즐겁지 아니한가?
프레임 측면의 태극기와 한반도 마크, 그러나 그 맞은편의 이탈리아 국기와 이탈리아 땅을 그린 마크가 붙어있는 것은 이탈리아 프레임에 대한 동경에서 나온 오마주인 것일까, 아니면 따라잡겠다는 혹은 대등하다는 의미일까? 프레임 측면의 쇠딱지에 새겨진 이모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공장에서 새겨진 이 자전거를 주문제작해서 만든 사람의 이름일까? 혹은 아끼는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으려 땜질해 붙인 것일까... 알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상관없지 않은가? 볼 때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나타날 것 같은 그런 설레임을 주는 자전거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나는 이 프레임에 반해버린 것 같다.





....프레임에 딸려온 시마노600 크랭크를 뽑고 나서 무심코 튀어나온 젠장.
캄파뇰로와 나의 악연은 이번에도 계속....
올모, 다꼬르디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레코드 BB냐고!
그나마 잉글리시 타입이라 살았다. 스기노, 시마노의 이탈리안 쓰레드 BB는 어디 맡겨둔 것도 없는데...


블로그 출처 http://firestorm.egloos.com/5142471

너무 멋진 블로그에 감동받아 퍼왔습니다!

사랑은 업힐처럼, 업힐은 사랑처럼!
by H²


블로그 주인님 따로 연락이 되지않아 불펌한점 양해 구하고요 문제가 된다면 삭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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